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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사무실 없었다…‘재택근무 100%’ 스타트업 눈길

등록일 : 2020.03.12

조회 : 1,117

‘일과 육아의 균형’ 최우선, 설립부터 재택근무
슬랙, 행아웃 등으로 수시 업무 공유…소통도 활발
전문직 여성 등 인재 유입, 효율 업무에 고속 겅장

 

코로나19 피해 방지를 위해 일시적으로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애초에 사무실 없이 전 직원 재택근무로 출발한 스타트업이 눈길을 끈다.

아기띠 등 육아용품 스타트업인 코니바이에린(대표 임이랑)이 그 주인공.

코니바이에린은 2017년 육아에 지친 임이랑 대표가 ‘참다못해’ 아기띠를 직접 만들면서 탄생했다. 하루 종일 아이를 안아주다 보니 디스크로 고생하게 된 임 대표가 동대문에서 아동복 제작자와 7~8개의 견본상품을 내면서 현재의 ‘코니 아기띠’를 만들어냈다.

각종 아기띠, 슬링(신생아에게 주로 쓰는 천으로 된 아기띠), 힙시트(아기 엉덩이를 받쳐주는 아기띠)를 섭렵했음에도 해결 못했던 아이 안기의 고충이 코니 아기띠 덕에 한결 수월해졌다. 엄마와 아이가 편하고, 보기에도 멋스런 아기띠는 협찬 없이도 SNS에서 “가볍고 편하다”는 평을 받으며 해외 수출길까지 열었다. 2018년 50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12월 결산 기준 147억원으로 3배 가까이 뛰었다.

코니바이에린의 고속 성장 배경에는 재택근무 100%, 전 직원 자율근무라는 파격적인 근무 조건이 있다. 사무실이 없기 때문에 직원들이 근무 장소를 알아서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근무시간도 직원 사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한다. 채용할 때부터 해당 직원이 집중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시간대와 오프(off·일하지 않는) 시간대를 나눠 전 직원이 공유한다. 부부인 임이랑·김동현 공동 대표가 ‘일과 육아의 균형(워크 앤드 육아 밸런스)’을 회사의 핵심 가치로 내세웠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임 대표는 “직원, 팀 간 커뮤니케이션의 95%는 ‘슬랙(클라우드 기반 팀협업 도구)’으로 이뤄지고, 여러 일을 처리하는 매니저(관리직)나 디자이너들은 ‘트렐로(프로젝트 조율업무 도구)’로 업무를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코니는 이 외에도 ‘드롭박스(공유가 자유로운 클라우드 서비스)’와 ‘행아웃(화상통화)’ 등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의 여파로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회사가 늘면서 재택근무의 효율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무실에서 실시간으로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보다 소통이 어렵고, 업무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임 대표는 “재택근무와 업무효율 저하는 관련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회사에서 업무를 하는 것도 기간 안에 얼마 만큼의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개별 목표가 쌓이는 것”이라며 “매달 첫 영업일에 전 직원이 행아웃으로 월례 업무 보고를 진행하면서 관련자가 누구인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등을 촘촘하게 다지다보니 오히려 업무가 명확해진다”고 설명했다.

“일을 하기 위한 시간은 직원들이 알아서 써야 하고, 그게 밤이거나 아침이거나 상관 없다”고도 덧붙였다.

출퇴근이나 업무 미팅을 위해 이동할 필요어,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하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것도 재택근무의 장점으로 꼽았다. 텍스트(문자) 기반으로 업무처리를 하니 직원 간 소통이 더 명확해졌다고도 전했다.

임 대표는 재택근무를 하면 근무 태도가 느슨해지지 않을까 하는 관리자들의 염려도 ‘기우’라고 말했다. “근태는 업무 결과만 봐도 알 수 있다. 프로젝트를 어느 정도의 완성도로 진행하는지 보면 안다”는게 임 대표의 생각이다.

출퇴근이란 개념이 없다 보니 코니바이에린 직원 16명 중 3분의 1인 5명은 해외에 거주하고 있다. 3명은 해외 진출로 현지 거주자를 채용한 것이고, 나머지 2명은 국내에서 합류해 일하던 직원들이 가족의 유학이나 결혼 때문에 해외로 이주한 경우다. 따로 휴가를 내지 않고 일하면서 ‘발리 한 달 살기’를 실행한 직원도 있었다.

임 대표는 최근 둘째 아이를 출산하고 산후조리원에서 휴식하면서 틈 날 때마다 전화로 업무를 보고 있다.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쓰지 않고 전화, e-메일 등으로 업무를 계속 할 예정이다. 김 대표와 주 업무 영역이 다르기도 하고, “재택근무 시스템덕에 굳이 휴직을 할 필요가 없더라”는 게 임 대표의 전언이다.

코니바이에린의 성장동력도 임 대표는 “일과 육아가 양립 가능한 구조 덕분”이라고 손꼽았다.

“아이를 키우면서 일하고 싶어서 재택근무 형태로 시작했는데, 굉장한 전문직 여성분들 중에 일과 육아를 양립하고 싶은 분들이 많이 합류했다. 3년이란 짧은 시간 안에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유연한 근무환경 덕분에 인재들이 능력을 더 잘 발휘했기 때문이다.”

도현정 기자

* 출처 헤럴드 경제(2020.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