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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1조 적자내는 쿠팡과는 경쟁안해" 신동빈의 자신감

등록일 : 2020.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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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00억엔(한화 1조1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내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 주주로부터 보전받는 기업과는 경쟁하려 하지 않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한국판 아마존'으로 불리는 쿠팡을 작심하고 저격했다. 전통의 유통 산업 최강자가 신흥 온라인 쇼핑몰 선두 주자에 직접 견제구를 던진 셈이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강한 의지와 자신감을 표출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신 회장은 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가진 인터뷰에서 국내 700여개 점포 중 200개에 대한 역대 최대 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밝히며 "앞으로 전자상거래(EC) 사업에 지원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통 디지털화에 총력..."과거 성공 경험 모두 버리겠다"
 
 
신 회장은 또 "현재 낮은 수준의 디지털 투자 비중을 끌어올릴 것"이라며 "롯데마트와 롯데슈퍼 등에서 따로 하던 인터넷 쇼핑몰 사업을 '롯데 ON(온)'으로 통합한다"고 했다.

지난해 말 그룹 인사에서 대표이사 약 40%를 젊은 리더들로 교체한 것도 디지털화(化)의 일환이었는데,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 점포가 극도의 위기를 겪으면서 전자상거래 사업 확대가 더 속도를 낼 전망이다.

신 회장은 "총수가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진행하는 지가 중요하다"며 디지털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 의사를 강조했다. 특히 편의점 등 가까운 실 점포와 온라인의 연계를 높이고, 그룹이 취급하는 모든 상품을 점포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옴니 채널 전략'을 구사할 방침이다.

이번 인터뷰를 관통한 신 회장의 핵심 메시지는 "과거의 성공 경험은 모두 버리겠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주력 유통 사업에선 온라인과 융합을 강화하는 한편, 해외에선 호텔과 석유화학 사업을 확대키로 했다.

 

 

20년간 신흥국 비즈니스, 앞으로 美·유럽 등 선진국 향해
 
 
특히 롯데그룹은 지난 20년간 동남아·동유럽 등 신흥국이 비즈니스 중심이었는데, 세계 경제의 불안정이 가중되면서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으로 사업 영역 전환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신 회장은 사드(THAAD) 보복 사태로 타격을 입은 중국 시장 사업에 대해서는 "아직도 영업 중인 현지 백화점 2개 점포도 매각한다"며 "당분간 재진출은 언감생심"이라고 못을 박았다.

우선 유통과 함께 그룹의 또다른 성장 축인 석유·화학과 관련, 신 회장은 "일본 화학 분야 매수도 검토한다"며 "히타치 케미칼 인수가 성사되진 않았으나, 유력한 기술을 가진 회사들이 많아 기회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셰일 가스에 기반한 에틸렌 생산 공장을 건설했는데, 올해는 약 1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한다.

한국 중심이던 호텔 사업도 세계로 확장할 방침이다. 신 회장은 "인수합병(M&A)도 활용해 객실수를 5년 후 현재의 2배인 3만실로 늘릴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오는 6월 미국 시애틀에 고급 호텔을 열고 영국에서도 개장을 검토 중"이라며 "3~4년 동안 일본 도쿄 등에서도 적극적으로 호텔을 늘릴 생각"이라고 했다.
 
형제의 난 "韓재벌 이런 문제많아, 이제 형과 문제없어"
 
 
2015년 벌어진 초유의 '형제의 난' 사태와 관련해선 "한국 재벌들은 이런 가족 내 문제가 많다"며 "형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도 이제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본 롯데의 상장 계획에 대해 "내년 3월을 목표로 했는데 코로나19 등 경제 정세를 감안해 반년에서 1년 가량 조정될 전망"이라며 "어느 정도 규모가 되면 '사회의 공기'로서 상장은 해야 하고, 이를 통해 신씨 집안의 가내 사업이 아닌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시복 기자 sibok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