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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벤처 투자 문 열린다..'벤처지주회사' 요건도 완화(출처 : 중앙일보)

등록일 : 2020.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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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벤처기업 투자가 가능해진다.

정부는 대기업이 지주회사 아래 벤처캐피털(CVC)을 두는 걸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단단했던 ‘금산 분리(대기업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소유 금지)’ 벽에 조금이나마 틈을 두는 조치다. 돈 가뭄에 시달리는 벤처업계에 대기업 자금이 수혈되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1일 비상경제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이 발표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제2 벤처 붐 확산을 위해 일반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털 제한적 보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겸 기획경제부장관이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벤처캐피털은 벤처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회사다. 여러 군데 자금을 모아 벤처기업에 수혈하는 펀드 성격이다. 지금 제도로는 대기업이 벤처기업에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대기업 지주회사(일반지주회사)는 산하에 벤처캐피털도 둘 수 없다. 벤처캐피털은 금융자본에 해당한다. 대기업 지주회사에서 벤처캐피탈을 소유하면 공정거래법상 금산 분리 위반이다. 과거 벤처캐피털을 설립하고 운영한 대기업이 있었지만 지주회사 개편 과정에서 매각·정리한 이유다.

벤처기업 투자자가 투입한 돈을 회수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인수ㆍ합병(M&A)과 상장(IPO)이다. 증시 상장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요건도 까다롭다. 국내 벤처업계 M&A 시장은 선진국만큼 활성화돼 있지 않다. 정부는 대기업 자금 수혈로 얼어붙은 벤처업계 M&A와 신규 투자 시장을 되살리겠다며 금산 분리의 벽에 약간의 틈을 두기로 했다.

이날 홍 부총리는 “벤처지주회사 제도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라고도 했다. 설립 요건을 자산 50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낮춘다. 자회사 지분 보유 요건도 완화한다. 비계열사 주식 취득을 제한하는 규정도 없앤다. 자회사의 대기업집단 편입을 7년 유예하던 걸 10년으로 확대한다.

홍 부총리는 “기존에 금산 분리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대기업의 벤처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벤처지주회사 제도가 있는데 요건이 엄격해서 많이 활성화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그래서 벤처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여기에 부가하여 일반지주회사가 이와 같은 벤처캐피털을 제한적으로 보유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방안이 만약에 도입이 된다면 벤처 자금을 신규로 유입하고 또 M&A를 통해서 회수 시장도 활성화되는 등 여러 가지 벤처시장을 활성화하고 또 이와 같은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홍 부총리는 덧붙였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나온 건 큰 방향이다. 대기업 지주회사의 벤처캐피털 보유 방안도 실행이 아닌 검토를 막 시작한 단계다. 공정거래법 개정 등 넘어야 할 관문이 아직 적지 않다. 일반지주회사의 벤처캐피털 소유 방안보다 훨씬 규제 완화 정도가 덜한 벤처지주회사 관련 개정법안만 해도 지난 20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기업 지주회사의 벤처캐피털 소유 방안과 관련해 경제부처 간에도 이견이 있는 만큼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